[101호]유행속 숨겨진 메세지
사회를 보는 창, 문화
사람들의 취향이란 참 다양하다. 항상 새로운 물건들을 찾는 ‘얼리어답터’가 있는가 하면, 올드카나 오래된 악기 등을 좋아하는 ‘클래식 마니아’도 있는 것과 같이 세상에는 매우 다양한 취향들이 존재한다. 최근 한국에서는 주요 소비층인 20대 혹은 30대 사이에서 복고주의를 기반으로 한 콘텐츠들이 유행이다. 사회의 많은 사람이 공감하고 행동할 때 비로소 유행이 되는 것인데, 복고주의의 어떤 점이 많은 사람의 마음들을 움직이고 있는 것일까.
먼저 복고(復古)란, 한자 뜻 그대로 과거의 모양, 사상, 풍습 등으로 돌아감을 의미하는 단어로, ‘복고주의’는 그런 과거의 유행 혹은 패션 스타일등으로 돌아가려는 경향들을 총칭하는 것이다. 또한 복고주의는 Retrospect의 준말인 ‘레트로’와도 같은 뜻을 지닌다. 사실 이런 레트로는 일시적인 유행이 아닌 예전부터 항상 존재해 온 문화인데, 이 레트로는 인간의 심리와 사회적 상황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인간이 과거를 그리워하는 현상을 심리학에서는 ‘노스탤지어’라고 말한다. 과거에는 이를 ‘정신병’의 일종으로 간주하기도 했지만, 현대 심리학에서는 정신병이나 심리적 장애가 아닌 우울증이나 정신적 충격을 치유할 수 있는 ‘정신적인 치료제’라고 말한다.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받고 있을 때 머릿속에서 과거의 일들이 미화되어 일시적인 마음의 안정을 얻는 현상도 정신적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한 일종의 ‘응급처치’인 것이다. ‘노스탤지어가 레트로와 무슨 상관이 있느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레트로 콘텐츠를 소비할 때, 구매자는 노스탤지어로 마음의 안정을 얻게 된다는 점에서 관련이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렇다면 현대인들은 레트로를 통해 느끼는 노스탤지어로 어떤 정신적 안정을 찾으려고 하는 것일까. 그 이유를 장기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전 세계적인 경제불황에서 찾을 수 있다. 문화는 그 시대의 사회적 상황을 반영하는 성질을 갖고 있으며, 레트로는 항상 사회가 어려울 때일수록 크게 유행했었던 사실이 그 증거이다. 돌파구가 쉽게 보이지 않는 현실을 살아가고 있는 현 X세대들이, 아무 근심걱정 없이 행복했던 10대 시절을 생각하며 정신적 고통을 레트로를 통해 조금이라도 치유받고 싶어 하는 것이다. 몇 년 전 방송했던 TV 프로그램인 응답하라 시리즈, 토토가와 같은 복고풍 콘텐츠의 인기가 뜨거웠던 이유도 출연한 연예인들의 연기나 노래 실력보다는 이런 프로그램의 시대적인 배경에 있었던 개인적인 추억과 같은 시공간적 노스탤지어가 시청자들의 답답하고 팍팍한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었던 것에 있었다고 볼 수 있다. 거기에 기업들이 이런 노스탤지어를 적극적인 마케팅으로 이용함으로써 지금의 레트로 유행이 된 것이다 .
문화를 보면 사회가 보이고 사회를 보면 문화가 보인다. 이 둘의 관계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다. 우리는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문화가 생겨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문화는 그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만든 사회가 만드는 것이다. 결국, ‘레트로가 우리 사회에서 유행하는 것’이 아닌 ‘사회가 레트로를 유행시킨 것’이다. 사회가 유행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일까 한 번씩 생각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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