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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 [103호]시간강사법의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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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대학교 경상대학 편집부 북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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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강사법의 역설

은생어해 해생어은

 

 

  은혜가 해에서 나온다는 뜻이며, 해가 은혜에서 생겨난다는 뜻인 은생어해 해생어은은 우리 삶과 괴리되지 않는 말이다. 최근, 대학생들의 대화를 들어보면 대학생활에서 시간표를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처럼 보인다. 처음 만나거나 어색한 사이라면 몇 학점을 듣는지, 공강은 있는지부터 시작해서 대화를 이어나가곤 한다. 그리고 어떤 교양을 듣고 자기가 들었던 수업 중 좋았던 수업은 무엇인지에 관해 이야기하면서 유대를 형성하려고 하는 것을 보면 시간표는 대학생들에게 있어서 중요한 것처럼 보인다. 그렇다면 좋은 시간표를 짜기 위해 학생들은 어떤 노력을 할까? 먼저 교수님 이름을 통해 전년도 강의평을 참고하거나 교수님의 강의계획서, 수업시간 등을 고려해서 시간표를 짠다. 혹 강의계획서에 조별과제가 있는지 없는지도 강의 수강여부와 관련되기도 한다.

  그러나 20192학기에는 학생들이 시간표를 짜는 데에 큰 어려움이 있었다. 바로 개정된 시간강사법의 적용 때문이다. 개정된 시간강사법의 적용으로 대학은 시간강사를 뽑는 데에 있어서 더욱 신중할 수밖에 없었고 그 여파로 학생들은 수강 신청 당일까지도 몇몇 과목의 교수님 성함과 강의계획서를 확인할 수 없었다. 그로 인해 원하는 대로 시간표를 짜지 못했다는 학생들이 주변에 많았고 수강정정 기간에는 대변동이 있었으며 대학생 커뮤니티 앱인 에브리타임에는 특정 과목을 돈을 지불하고 양도받겠다는 사람도 있었다. 왜 이런 일들까지 일어나는지 개정된 시간강사법에 대해 알아보면 다음과 같다.

  현재 한국 대학에서 시간강사의 비율은 전체교원의 34%를 차지한다. 2010년 조선대학교에서 시간강사직으로 근무하던 서정민 박사가 자살하는 사건으로 시간강사 보호법 발의가 촉구됐다. 2011년 시간강사들의 권리를 보호하는 강사법이 발의되었지만,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했다. 그러나 마침내 20181129일 법안이 통과되어 1218일 정식으로 공포됐으며 변경된 법은 201981일부터 적용되었다. 해당 개정안에 따르면 그동안 교권이 인정되지 않았던 시간강사들은 교권을 부여받게 된다. 더불어 임용 기간이 보장되지 않아 언제든 해고가 가능했던 예전과 달리, 대학 측은 1년 이상 계약을 보장해야 한다. 또한 재임용 절차 또한 3년간 보장되며, 강의 시간은 주당 6시간 이내, 최대 9시간으로 할당된다. 방학 중에도 임금을 받을 수 있도록 법이 바뀌어 시간강사 처우 개선에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되었다.

  그러나 시간강사법 개정안은 대학들의 반대에 부딪히고 있다. 심지어 시간강사들에게도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 시간강사에게 안정적으로 강의를 배정하겠다는 법 취지는 훌륭하지만 개정안대로 한 대학에서 강의를 맡아 최대 강의 시수 9시간을 배정받으면 월수입이 130만원 남짓하다. 1년간 한 학교의 교원강사가 돼 발이 묶이면 타 학교 강의가 사실상 불가능해져 실질 수입은 감소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 때부터 반값 등록금 정책이 시행되어 대학의 수입원이 줄어든 상황에서, 여태껏 지급하지 않았던 방학 중 임금을 지불하는 등 재정 부담을 주는 정책은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것이다. 그에 따라 대학들은 강의 대부분을 전임 교수에게 할당하거나 시간강사가 맡았던 과목을 폐지하고 졸업 이수 학점을 줄이는 등 꼼수로 강사법에 맞서고 있다. 이에 교육부는 20192월에 강사 제도 정착 전담 부서를 설치하여 시간강사 고용 현황을 파악하고 후속 조치를 취했다. 또한, 정부에서 국립대에는 71억 원, 사립대에는 217억 원을 자원해 총 288억 원을 강사 인건비와 지원 사업비로 할당하여 대학 측의 부담을 덜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여전히 회의적인 여론이 지배적이자 교육부는 201919일 대학-전문대학혁신지원사업을 발표했다. 해당 정책에 따르면 총 8,596억 원을 대학에 지원하여 강사 법을 지키도록 유도한다

  하지만 이 정책은 강사법을 지키도록 유도할 뿐 강제하지는 못하는 맹점을 가지고 있다. 왜냐하면 대학-전문대학혁신지원사업 내용에는 시간강사 대우에 명확한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대학 재정 지원 사업비의 20% 내외를 시간강사 고용 지표에 따라 대학에 지급할 계획이라고만 밝혔을 뿐, 구체적인 안은 내놓지 않은 상태다.

  시간강사법은 전임 교수와 다르게 차별 대접을 받는 강사의 지위를 높이고 생계의 불안을 줄이는 의도로 발의되었지만, 실상은 그나마 있던 시간강사들의 고용까지 위협하고 있다. 개정된 법의 적용 전에는 고용에 불안은 있지만, 기회는 있었다. 그러나 개정된 법 적용 이후에는 고용은 안정적일지 몰라도 그 안정적인 기회를 잡기란 너무 힘들어진 것이다. 이로 인해 4년제 대학에서는 총 5,497, 전문대에서는 2,421명이 강사 자리를 잃었다. 이들에게는 완전히 은혜로 시작한 강사법이 생계를 빼앗은 해독으로 변한 것이다. 선한 의도가 항상 선한 결과를 가져다주지는 않는다. 선한 의도가 결과에까지 이어지게 하려면 여러 분야의 전문가가 모여서 법의 시행 후의 상황도 충분히 살펴야 한다. 정부도 이를 염두에 두고 더욱 자세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동훈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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