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호]모두 잠든 사이에 전쟁터
표제: 모두 잠든 사이에 전쟁터
부제: 승자없는 새벽 배송 시장
생활환경이 바뀌며 과거에는 생각할 수 없던 일이 최근 일상에서 흔하게 일어나고 있다. 그 중 하나는 자고 일어나 현관문을 열면 문 바로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배송물을 만날 수 있는 ‘새벽 배송’이다. 1인 가구와 맞벌이의 증가로 바쁜 아침에 식사를 해결하기 쉽지 않은 사람들을 위해 새벽 배송은 대한민국에 처음 등장했다.
2015년 처음 새벽 배송으로 등장한 기업은 신선 식품 전문 온라인 쇼핑몰 마켓컬리다. 처음 마켓컬리가 한국 시장에 뛰어들었을 때만 하더라도 새벽 배송 시장의 규모는 100억 수준이었지만 지난해인 2018년에는 4,000억까지 늘었고, 최근 시장의 상승세로 올해는 8,000억 상당까지 규모가 커질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온라인상에서 새벽 배송에 대한 언급 횟수도 증가하였다. 블로그와 카페 등에서 새벽 배송이라는 단어는 1년 전 만 해도 일주일에 1,000건 정도 올라왔지만 최근 들어 4,000건에 육박하고 있다.
현재 대한민국에 새벽 배송시장은 마켓컬리와 쿠팡, SSG 닷컴의 경쟁이 치열하다. 이들의 뒤를 따라 롯데와 현대 등 대기업은 물론 오아시스와 같은 경쟁력 있는 스타트업이 계속해서 새벽 배송 시장에 뛰어들었다. 전문가들은 새벽 배송이 점차 일반화되는 가운데 차별화된 전략을 가진 기업이 새벽 배송 전쟁의 승리자가 될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그 예로 롯데마트는 밤늦게 상품을 받기를 원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는 점을 공략해 야간 배송 서비스를 도입했다. 또한 콜드체인(냉장·냉동) 시스템을 갖춘 배송 차량이 상품의 신선도를 지켜주며, 신선식품을 제외하고도 다양한 상품을 당일 밤까지 받는 차별화된 전략으로 일과 이후 배송 경쟁에 불을 지피고 있다.
이러한 기업들의 독창적인 행보와 대기업들의 진출로 업계 1위 마켓컬리의 행보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마켓컬리는 4년 전 국내에 처음으로 온라인 새벽 배송 서비스를 선보이면서 시장을 개척해 새벽 배송 시장 1위를 지켜왔다. 그동안 마켓컬리는 선두주자로 시장을 이끌어왔지만, 자금력 등을 앞세운 경쟁자가 늘어나면서 입지가 흔들릴 수 있다는 의견들이 있다.
대기업들은 그간 새벽 배송의 수익성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새벽 배송을 외면하다가 시장이 빠르게 커지자 발을 들이고 있다. 기존에는 배송 시간이나 제품의 신선도 등에 경쟁의 초점이 맞춰졌다면, 최근 들어서는 자금력이 풍부한 대기업들은 무료 쿠폰 발급과 서울과 인천, 수도권 등에 한정되어 있던 새벽 배송 가능 지역을 확대하려는 계획을 실행해 나가고 있다. 이로 인해 새벽 배송 시장에는 초기에 확고하게 자리를 잡은 마켓컬리를 제외하고는 스타트업들이 쉽게 자리 잡을 수 없는 구조로 변화하고 있다.
새벽 배송 시장의 규모가 증가해 가고 있지만 새벽 배송을 시행하고 있는 기업들이 웃고 있는 것은 아니다. 심지어 새벽 배송 시장의 선두주자인 마켓컬리마저 영업손실이 해마다 커지고 있다. 마켓컬리의 운영사인 주식회사 컬리의 영업손실은 2015년 54억원, 2016년 88억 원, 2017년 123억 원, 2018년 336억 원까지 늘었다. 또한 새벽 배송 서비스 GS프레시를 운영하는 GS리테일은 이용 고객이 증가함에도 불구하고 적자가 분기당 70억원으로 확대됐다. 한 유통업계는 "새벽 배송은 한국의 저렴한 인건비 덕분에 가능한 구조인데 지금처럼 인건비가 상승하는 추세에서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지 의문이 든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이러한 출혈경쟁의 승리 기업은 결국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끝까지 사업을 유지하는 소수의 기업이 될 것이라는 예측을 했다.
사실 기업의 과도한 경쟁 이외에도 문제점이 존재한다. 새벽 배송이 늘어나며 이에 쓰이는 포장재의 증가도 문제로 지적된다. 새벽 배송 물품의 특성상 대부분이 신선식품이기 때문에 보온, 보냉이 필수적으로 필요하다. 이에 따라 물품의 보관을 위한 포장재와 보냉재 사용량의 증가로 환경 문제가 발생한다. 또한 새벽 시간에 배송을 하기 때문에 소음 문제도 많은 불만을 사고 있다. 조용한 새벽 배송차량의 소리 나 기계 소리 등은 취침을 방해하기도 한다. 또한 공동현관을 통해 현관 앞까지 오는 경우 보안의 문제가 생긴다. 새벽이라는 특성상 수령인과 연락이 힘들다는 이유로 물품의 수령에 문제가 생기거나,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물건이 발견되는 경우도 있다. 야간노동은 세계보건기구(WHO)에서 발표한 2급 발암물질이라는 점에서 배송업자들의 건강에도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새벽에 일을 해 수당을 더 받을 수 있겠지만 노동자들의 건강에는 치명적이다.
새벽 배송 경쟁은 현재 승자는 없고 패배자만 생기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자신들의 편의를 위해 많은 문제가 발생하는 새벽 배송 시장이 더 커져야 하는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문필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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