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호]가계부채 1,200조
가계부채 1,200조
대책 큰 효과 내지 못해
한국은행의 통계에 따르면 작년 말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1,200조 원을 돌파했다. 그 규모도 규모이지만 작년 3분기부터 올해 2분기까지 분기별 각각 34조, 41조, 24조, 33조 원 증가하는 등 강한 증가 추세를 보였다. 이에 지난 8월 25일, 정부는 가계부채의 증가율에 제동을 걸기 위한 대책으로 8·25 부동산 대책, 명명하여 '가계부채 관리방안' 을 발표하였다.
정부는 위 대책에서 신규 주택 공급 물량 축소, 그리고 집단대출 관리 강화 등을 내세웠다. 공급 물량 축소는 택지공급을 지난해의 58% 수준만 공급하겠다는 내용을, 집단대출 관리는 중도금 최대 보증 건수 및 보증 비율 축소의 내용을 담고 있다. 집단대출의 대표적인 예가 신규분양 아파트 중도금 대출이란 점을 고려한다면 이번 대책이 부동산 시장의 과열로 인한 가계부채 증가를 잡으려 함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소비자들의 심리는 정부의 의도와는 반대로 흘러가고 말았다. 수요자들은 신규 주택 공급 물량의 축소가 기존 주택의 희소성을 높일 것으로 생각했고, 공급자인 건설사들도 같은 이유로 공급을 늘리기 시작해 부동산 시장은 대책 발표 후 오히려 더 과열되었다. 대책이 적용될 10월 1일이 되기 전 자산가들과 소비자들이 승부수를 띄운 것이라 볼 수 있다. 실제로 8월 마지막 주 서울 아파트 가격은 0.23%나 상승하며 올해 주간변동률 중 최고를 기록하였고, 전국적으로는 매매가가 0.06%, 전세가가 0.04% 상승하였다.
그렇다면 왜 부동산 시장은 정부의 의도대로 흘러가지 않았을까. 금융전문가들은 8·25 대책이 정말 필요한 규제 개선은 다 빠진 알맹이 없는 보여주기식 정책이라고 말하였다.
갑자기 부동산 시장이 죽었을 때 나타날 수 있는 경기침체 및 경기침체 심화를 우려한 정부가 강경한 대응책을 내놓지 못하였다는 평가이다. 또한, 대책이 효과를 보일 수 있을지 미지수이며 부동산 시장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하고 올해 말 결국 가계부채가 1,300조 선을 돌파할 것이란 의견이 다분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 사이에선 본 대책에 대해 전매제한(새 분양 당첨 후 일정 기간 거래 금지)강화나 DTI(총부채상환비율) 강화, 청약자격 강화 등 실속 있고 확실한 방법을 포함한 수정안 혹은 신안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보였다. (DTI : 금융부채 상환능력을 소득으로 따져서 대출한도를 정하는 제도)현재 우리나라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89%로 이미 위험 수준을 넘어섰고 부채증가율이 소득증가율보다 우위에 서며 올해 가계부채 증가 속도는 세계 주요 42개국 중 3위에 위치했다. 더불어 미국의 금리 인상에 대한 불안과 선박회사 구조조정 문제로 지금 우리 경제는 매우 불안정한 상태이다.
긍정적이지 못한 경기상황으로 기준금리도 바닥을 치고 있는 지금 시기에 한 번에 두세 마리의 토끼를 잡으려는 건 욕심이다. 주택담보대출이 가계부채의 44%를 차지한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8·25대책이 부동산 시장 축소에 초점을 맞춘 건 바람직했다.
하지만 가계부채의 원인으로 부동산 시장의 과열뿐만 아니라 부채의 질마저 악화하는 시점에, 이 같은 이도 저도 아닌 정책은 미국발 금융위기의 전철을 밟는 게 아닌가 하는 불안함만 키운 듯 보인다. 좀 더 냉철하고 날카로운 정책으로 한 마리 토끼라도 잡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최규완 기자
cholgw93@gmail.com
-
[96호]온라인 '보험 쇼핑'
Date2017.06.08 By북소리 Views2414 -
[96호]제동 걸린 성과연봉제
Date2017.06.08 By북소리 Views2437 -
[96호]Edge of Liberalism
Date2017.06.08 By북소리 Views2410 -
[96호]거스름돈은 휴대폰에
Date2017.06.08 By북소리 Views2449 -
[96호]들어는봤니 4차 산업혁명
Date2017.06.08 By북소리 Views2481 -
[95호]대출 금리의 고공행진
Date2016.12.19 By북소리 Views2313 -
[95호]제 연금 받을 수 있나요
Date2016.12.19 By북소리 Views2343 -
[95호]법인세 인상 추진
Date2016.12.19 By북소리 Views2326 -
[95호]그들이 투쟁하는 이유
Date2016.12.19 By북소리 Views2384 -
[94호]가계부채 1,200조
Date2016.10.30 By북소리 Views2352 -
[94호]벼락부자 벼락맞다
Date2016.10.23 By북소리 Views2513 -
[94호]올림픽을 열어야만 하나
Date2016.10.23 By북소리 Views2171 -
[94호]사면초가에 빠진 한진해운
Date2016.10.23 By북소리 Views2222 -
[93호] 세계시장의 나비효과
Date2016.05.25 By북소리 Views2417 -
[93호] 뜨거운 감자 임금 제도
Date2016.05.25 By북소리 Views2281 -
[93호] 갈 길 먼 해운조선
Date2016.05.25 By북소리 Views1921 -
[93호] 경기부양의 마지막 카드
Date2016.05.25 By북소리 Views1830 -
[92호] 성장할수록 잃는 성장동력
Date2016.01.26 By북소리 Views1972 -
[92호] 美, 금리 인상을 외치다
Date2016.01.26 By북소리 Views1884 -
[92호] 계좌 이동제, 뜨거울 뻔
Date2016.01.26 By북소리 Views19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