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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 [문화] 원전 재창조? 원전 모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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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대학교 경상대학 편집부 북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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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 문화대통령이라 불리는 서태지가 자신의 노래 <컴백홈>을 <컴배콤>으로 패러디한 이재수를 상대로 소송을 건 사건이 있었다. 결국 법원은 원작을 심하게 훼손하였다며 서태지의 손을 들어주는 것으로 이 사건은 일단락 되었다. 이 후, 처음에는 생소하기만 하던 이 '패러디'가 점점 우리에게 익숙하게 되었고 현재는 홍수처럼 넘쳐나는 패러디가 분야를 막론하고 음악과 영화는 물론 방송에까지 이르렀다. 더욱이 인터넷 시대를 맞이하면서부터는 인터넷에서 무한한 패러디들을 접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이들 패러디가 새로운 창조의 공간을 만들기보다는 기존 텍스트의 유명세를 이용하는 상업적 패러디로 변질되면서 또 하나의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본래 패러디(Parody)의 사전적 정의는 '저 명 작가의 시의 문체나 운율을 모방하여 그것을 풍자적 또는 조롱 삼아 꾸민 익살스런 시문'이다. 이처럼 패러디는 과거, 문학의 한 장르였으나 이 시대의 패러디는 모든 대중문화 전반에서 장르의 구분 없이 새로운 어법으로 각광 받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패러디를 진정한 패러디로 만드는 요건은 '특징을 그대로 답습하는 표절이 아니라 시대적 분위기, 재치, 그리고 감각 등을 고루 결합시켜 원작에서는 접하지 못했던 재해석. 즉 새로운 창조'이다. 그리고 또 이러한 점이 패러디를 리메이크나 표절과 구별짓게 한다.



얼마 전 우리나라에서도 28편의 한국영화를 패러디한 <재밌는 영화>라는 패러디 영화가 개봉되었다. 패러디한 사실을 무기로 관객에게 흥미를 유발시키고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장면으로 관객의 웃음을 유도하였다. 그러나 이 영화는 패러디가 본질적으로 가지고 있는 의미인 비판적 거리와 작가의 의식반영을 찾아볼 수 없는 작품이었다. 결국 28편이라는 많은 영화를 패러디한 사실만 자랑하는,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영화로 전락해버렸다.



외국의 대표적 작품 중 최근의 패러디 작품은 <무서운 영화 1/2>가 있다. 이 작품은 <스크림>이나 <엑소시스트>같은 공포 영화를 패러디한 작품이지만 무섭기보다는 그 장면을 통해서 관객에게 억지웃음을 강요한다. 사람을 죽이는 장면에서조차 관객에게 웃음을 강요한다는 점에서 패러디가 추구하는 본래의 의미에 어긋난 영화라 할 수 있겠다.



그와 반면에 유명한 패러디스트인 얀코빅(Yankovic)은 패러디의 진정한 가치를 지켜나간 사람으로 평가된다. 그는 마이클 잭슨이 <Beat it>(고쳐라)을 크게 히트시킨 이듬해 <Eat it>(먹어라)로 패러디 했다. 이 곡은 빌보드 차트 12위에 오르는 큰 반향을 일으키며 골드레코드(50만장 판매)를 기록했다. 이 외에도 마돈나의 <Like a virgin>(처녀처럼)을 <Like a surgeon>(의사처럼)으로 바꿨으며 너바나의 곡 또한 패러디해 큰 호응을 얻었다. 워낙 기발한 발상인 데다 나름의 음악성을 바탕으로 한 것이어서 원곡의 제작자들 또한 얀코빅의 음악을 인정하였다. 또한 그의 패러디에는 나름의 철학이 담겨있다. 차용곡 선곡시 노래에 사회적 메시지가 있는지 여부를 중시하였고 반드시 창작곡을 집어넣어 독창성을 견지하였기 때문이다.



패러디에 관한 지금의 가장 큰 문제는 패러디에 관한 일정한 기준이 없어 이를 허용 혹은 금지할 것인지 하는 문제다. 패러디를 법적으로 아무제한 없이 허용할 경우 무분별한 패러디가 봇물처럼 쏟아져 나올 것이다. 그러면 저질적 패러디의 극치인 성인 에로물처럼 원래 의미가 퇴색되어 창조적이고 개성적이지 못한, 단지 사람을 웃기기 위한 패러디가 범람할 것이다. 이렇듯 무분별한 패러디가 이루어지면 원작자의 저작권 침해는 물론이고 그것을 만든 사람의 명예까지 크게 훼손시킬 수 있다. 이것이 패러디를 저작권법과 명예훼손법과 연관시켜 고려해야 하는 이유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미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은 패러디를 금지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다. 엄연히 패러디도 하나의 창작물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패러디에 대한 약간의 사회적 관용도 필요하다. 앞서 언급했던 우리나라의 패러디 법적 소송의 경우인 서태지와 이재수의 경우는 패러디에 대한 관용이 아직은 이중적이고 그만큼 모순적임을 잘 보여준다. 또한 그 패러디 작품이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 또 패러디의 요건을 갖추었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하지 않으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의 경우에는 패러디의 요건을 적용하는 모순적 행동을 버리고 대중들이 제대로 된 패러디를 볼 줄 아는 눈을 기르는 것이 필요함을 일깨운 사건이었다.



그러나 이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패러디스트가 패러디의 요건을 갖추는데 명확성을 지녀야 한다는 것이다. 패러디가 단지 하나의 유명한 작품을 따라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의식을 반영하고 사회적으로 풍자하고 야유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을 망각하면 안 된다. 또한 저작권자도 무조건적인 법적 대응보다는 서로간의 타협을 중요시하여 어느 정도의 관용 하에서 패러디가 부흥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패러디와 저작권 침해 중에 어느 것을 더 중요시 할 것이냐의 논쟁은 앞으로도 계속 생겨날 것이다. 이러한 것에 대한 끊임없는 논쟁은 무의미하다. 물론 패러디도 새로운 문화로 자리잡고 있는 시점이고 저작권 문제도 개인의 권리와 작품의 존속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 둘다, 계륵인 셈이다. 따라서 대중들도 패러디에 대해 단지 웃고 즐기는데 그치지 않고 그것들이 가지고 있는 의미들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면 패러디는 긍정적이고 보다 창의적인 방향으로 발전하여, 원작에서 느끼지 못하고 아쉬웠던 점들을 보완할 수 있는, 많은 혜택과 이점이 있는 문화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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