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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 [문화] 내게 거짓말을 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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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대학교 경상대학 편집부 북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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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씩 ‘내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이 누군가의 조작에 의해 움직이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가령, 도대체 그 속을 알 수 없는 미국이라는 어마어마한 나라가 엄청난 인공위성 기술을 이용하여 우리들의 이모저모를 속속들이 보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며, 또한 우리는 이미 ‘정보화’라는 구호 아래 개인의 정보를 인터넷 곳곳에 방치해 놓는 일이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결국 이러한 정보들은 누군가의 손에 쉽게 넘어가 악용될 가능성을(정보화 시대가 되면서 사생활 침해, 개인정보 유출이라는 여러 부작용으로 발생한 사건들은 뉴스의 거의 매일을 장식하고 있다)배재할 수 없는 것이 지금 우리들의 현실이다.

작가 조지 오웰의 정치소설 ‘1984년’에서도 세상의 모든 일들을 조작하고 통제하는 사회의 모습을 담고 있다. 주인공 윈스턴은 세 개의 초강대국이 끊임없이 전쟁이 벌어지는 시대에 살고 있다. 하지만 사실상 여기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이라는 것은 끝없는 전쟁을 벌임으로서, 상대국 생활수준의 실질적인 부를 소비시켜 각 나라의 권력 있는 자들 사이에서 계급사회의 균형을 유지하려는 것이 목적이다. 또한 계속되는 전쟁을 부각시킴으로서, 대중들의 감정을 오로지 전쟁의 승패에 걸게 하여 사사로운 열정이 발생할 수 없도록 통제한다.

이 시대의 사람이라면 '빅브라더'의 말에 무조건 복종해야하며 이를 넘어 '빅브라더'만을 사랑해야 한다. 물론 '빅브라더'는 ‘당’에서 대중들을 통제시키고자 만든 가상의 인물이다. 당은 오로지 대중들에게 자신의 사상을 주입시키고 당을 위해 모든 걸 거는 사람들을 만들어내야 한다. 미래는 과거에 의해 만들어지는데 그렇기 때문에 과거의 모든 일들을 현재에 맞게 조작해야 한다. 현재와 맞지 않는 과거의 기록은 이른바 '이중사고'라는, 다시 현재에 맞게 바꾸어 당의 절대적 이미지를 굳혀나가야만 한다. 실제로는 사실이었을 어떠한 과거의 기록은 머릿속에서 지워지고 대신 수정된 사실이 마치 예전의 기록에 있었던 양 그렇게 믿을 줄 아는, 그렇게 믿어야만 하는 사고가 필요한 것이다. 이렇듯 당은 과거의 통제를 통해 대중의 사상까지 통제하여 대중은 그야말로 당의 각본대로 움직이는, 사사로운 생각도 없고, 감정도 없는 오로지 당만을 생각하는 충성스런 꼭두각시 같은 존재인 것이다.

하지만 윈스턴은 이런 대중이 되기를 거부한다. 당에서 알면 바로 처형에 처해질 일들을 하고야 만다. 철저히 자신을 감시하고 있는 텔레스크린을 피하여 일기를 쓰고, 애인과 사랑을 하고 섹스를 한다. 또한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 동지라 믿었던 오브라이언의 도움을 받아 당의 반역자가 이끈다는 ‘형제단’의 가담을 결심한다. 하지만 글의 후반부는 윈스턴을 너무도 허무하게 위험에 빠뜨린다. 윈스턴은 오브라이언의 함정에 빠졌던 것이다. 결국 윈스턴은 동지라 믿었던 오브라이언으로부터 혹독한 고문을 당하며 당의 사상을 세뇌 받게 된다. 그는 계속되는 고문과 정신적인 고통으로 자신조차 믿을 수 없지만 당의 사상에 수긍하고 애인을 배신하며 마지막 자존심 같은 건 버리고 '빅브라더'를 사랑하게 된다. 결국 글의 결말은 이렇듯 허망하게 절망적으로 끝을 맺는다.

‘1984’를 읽는 내내 답답함과 무언가의 짓눌리는 듯한 느낌 때문에 왠지 모르게 심기가 불편했다. 책 속에서 펼쳐지는 ‘통제’라는 상황이 쉽게 다가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회라는 곳은 ‘기준 정하기’를 정말 좋아한다. ‘대졸 이상, 학점 점 이상, 토익 점 이상, 수능 등급 이상 등등’ 이러한 기준을 넘는 사람들만이 자신이 이루고자 일을 하게 될 기회를 갖게 된다. 하기에 사람들은 ‘기준 도달하기’에 여념이 없다. 이러한 현상들이 막연하나마 ‘통제’의 단면이 아닐까라는 생각은 나만의 기우일 뿐일까?

더욱이 우리나라는 세상에 태어나 누구나 만17세가 되면 주민등록증을 발부 받으러 간다. 동사무소에 가게 되면 사진을 부착하고 지문날인을 찍는다.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주민등록증을 받는 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나 역시 주민등록제도의 정당성을 의심하게 된 것은 얼마 되지 않는다) 세계적으로 우리나라처럼 강력한 주민등록제도를 가진 곳은 없다. 주민등록번호를 없애자는 운동에 대해 외국 사람들은 당연하다는 반응을 보이는 반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좀 의아해 할 것이다. 지문날인을 한다는 것은 개인정보를 국가에 제공하는 것이며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받는 것일 수 있다. 행정관리의 효율성을 들어 이 제도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효율성이 개인의 프라이버시보다 더 중요한 일인지는 잘 모르겠다. ‘국가의 권력’이라는 것에 대해 다시 한번 놀라울 뿐이다.

또한 대기업의 횡포와 변화무쌍하게 바뀌는 정부의 논리대로 움직이는 우리는 이미 통제되어 있는 현실에서 아둥바둥하는 것일는지도 모른다. 아무리 개인의 소질과 개성을 중시한다고 하지만 결국 나라는 기준을 정해놓고 우리를 심판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4년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들 역시 모르는 사이 누군가의 통제를 받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두려움 같은 것이 느껴진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이 책을 읽다보면 ‘희망이 있다면 노동자층뿐이다’라는 문구가 나온다. 힘없는 노동자들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당을 분쇄할 힘을 가진 유일한 대중들은 노동자 뿐이다. 물론 그들에게 당을 분쇄하고자 하는 마음이 일어야한다는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여기서 문득, 나는 대기업의 횡포에 투쟁하는 노조의 활동 모습이 갑자기 생각난다. 통제를 분쇄하려는 의지는 누구나 있다. 그러나 실천이 어려운 것이다. 단편적인 예이지만, 내가 여기 컴퓨터 앞에 앉아서 몇 글자 적는 것보다도 더 중요한 것을 오늘도 노조에서는 어렵게 실천해 나가고 있다. 갑자기 그들 생각이 들면서 숙연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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