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의 위세가 대단하다. '쉬리', '공동경비구역 JSA', '친구'에 이르기까지 연이어 개봉하는 영화마다 최대 관객 수를 갱신하며 한국영화계의 황금기를 맞이하고 있다. 이것은 한국영화 시장점유율 40% 라는 놀랄만한 수치로 대변할 수 있다. 90년대 이전까지의 우리 영화는 할리우드대작이나 홍콩영화의 기세에 눌려 영화팬들의 외면을 받아야했다. 그것은 소재의 부재와 기술력, 자본의 열악함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한국영화는 볼만한 것이 없다는 식의 고정관념이 뿌리깊게 박혀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90년대에 들어서면서 서서히 우리 영화계는 변하기 시작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바로 영화 장르의 다양성이다. 흐지부지하던 멜로물이 거의 대부분을 차지했다고 할 수 있었던 소재면에서 액션, 드라마, 스릴러, 공포, 등의 여러 가지 장르가 등장하였고, 또 성공을 이루었다. 이것은 그만큼 실력있고 창의적인 영화인들이 많이 등장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우리나라 영화계를 이끌어 나감에 있어 새로운 도전과 그것의 현실화를 이뤄낸 것이다. 또 한가지 영화산업을 뒷받침하는 것에는 거대 자본력의 몫이 컸다. 실로 영화의 성공을 좌우하는 것 중에 배급사와 마케팅 등 자본의 힘은 상당하다. 특히 요즘같이 미디어가 보편화되어 있는 현실에서 영화를 홍보하는 것은 큰 비중을 차지한다. 꼭 돈을 많이 들여야만 좋은 영화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사실상 영화제작에 있어서 그 성공의 여부를 결정하는 것을 무시할 수는 없는 것이다.



이제는 영화를 논하면서 한국영화를 빼놓고선 얘기가 되지 않는다. 또 영화의 성장과 함께 관객들의 의식에서도 한국영화에 대해 기대하는 면이 커졌다. 이것은 우리나라 영화계의 역할이 더욱 커졌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지금의 성장은 하루아침에 일어난 것은 분명 아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우리 영화의 발전과 자본력 구축에 노력을 해 온 사람들을 더욱더 많은 관심과 질책으로 지켜봐야 할 것이다. 영화는 영화제작자의 것도, 영화배우의 것도, 아닌 관객, 즉 우리의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