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4.28 00:48
[문화]악마의 정원 앙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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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정원 앙골라
미스지뢰 선발대회
밟기만 해도 터져버려 신체의 일부를, 혹은 목숨을 앗아가는 무기 ‘지뢰’. 이런 이유로 지뢰가 묻혀있는 땅은 악마의 정원이라 불린다. 전 세계적으로 지뢰가 가장 많이 묻혀 있는 나라는 아프리카의 앙골라다. 앙골라의 18개주, 6000개의 마을 전부 지뢰가 매설돼있고, 앙골라 국민의 6명 중 1명은 지뢰로 피해를 입었다.
앙골라에 이토록 많은 지뢰가 묻힌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날 포르투갈로부터 독립을 맞게 된 앙골라 내에서는 정권을 차지하기 위해 두 세력이 전쟁을 일으켰다. 전쟁은 27년이 넘게 계속됐고, 이 때 심어진 지뢰가 앙골라 전체를 지뢰밭으로 만들었다. 때문에 전쟁이 끝난 지금, 지뢰를 밟아 피해를 입더라도 정부는 밟은 지뢰가 반군의 지뢰인지 정부의 지뢰인지 알 길이 없기에 책임을 질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 한다.
이렇듯 지뢰가 언제 터질지 몰라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앙골라지만, 이번만큼은 한껏 웃어 보인다. 미스 지뢰 선발대회가 열린 것이다. 이 대회의 참가자들은 지뢰의 피해로 다리 한 쪽을 잃었다. 하지만 여느 미녀대회와 다를 바 없이, 출전자들은 춤을 선보이고, 의족을 끼거나 목발을 짚고 워킹을 하며, 포즈를 취하기도 한다. 미녀들에게서 볼 수 있는 것은 더 이상 눈물이 아니다.
이 대회의 주최자인 노르웨이의 한 다큐멘터리 감독 ‘모튼 트래빅’은 “끔찍한 사진을 통해 지뢰의 심각성을 알리기보다는, 경쾌한 분위기로 지뢰에 대한 경각심을 심어주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앙골라에는 아직도 6만개 이상의 지뢰가 묻혀 있는 걸로 예상된다. 지뢰제거단체 NPA의 한 관계자는 앙골라에 묻혀있는 모든 지뢰를 제거하는 데는 100년이 걸릴 것이라고 한다. 또한, 지뢰를 심는 것은 단돈 3달러지만, 제거하는 것은 1000달러가 든다며 경제적인 어려움도 내비쳤다.
자신이 장애인이라며 더 이상 괴로워하지 않는 출전자들은 우리에게 많은 감동을 준다. 주저앉아 잘려나간 다리의 흔적을 보며 슬퍼하기보다는 의족을 끼고 당당히 걷는 그녀들. 지뢰사고 당시 겪어야 했던 두려움을 이겨낸 그녀들은 아무나 가질 수 없는 내면의 아름다움을 갖고 있다. 미녀대회의 출전자로써 충분한 자격을 갖춘 것이다.
감독 모튼 트래빅의 생각에서도 따뜻한 면을 읽을 수 있다. 그는 지뢰사고의 피해자들을 동정어린 눈으로 보지 않았다. 사람들의 동정어린 눈빛에서 거부감을 느끼는 장애인들이 많다. 동정어린 눈빛자체가 차별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물론, 허전한 바지끝자락을 모튼 트래빅의 눈으로 바라보긴 힘들다. 하지만 그들도 우리와 결코 다르지 않은 한 인간일 뿐이다. 우리도 동정어린 눈빛이 아닌 따뜻한 눈빛으로 그들을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 북소리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8-05-29 08:54)
미스지뢰 선발대회
밟기만 해도 터져버려 신체의 일부를, 혹은 목숨을 앗아가는 무기 ‘지뢰’. 이런 이유로 지뢰가 묻혀있는 땅은 악마의 정원이라 불린다. 전 세계적으로 지뢰가 가장 많이 묻혀 있는 나라는 아프리카의 앙골라다. 앙골라의 18개주, 6000개의 마을 전부 지뢰가 매설돼있고, 앙골라 국민의 6명 중 1명은 지뢰로 피해를 입었다.
앙골라에 이토록 많은 지뢰가 묻힌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날 포르투갈로부터 독립을 맞게 된 앙골라 내에서는 정권을 차지하기 위해 두 세력이 전쟁을 일으켰다. 전쟁은 27년이 넘게 계속됐고, 이 때 심어진 지뢰가 앙골라 전체를 지뢰밭으로 만들었다. 때문에 전쟁이 끝난 지금, 지뢰를 밟아 피해를 입더라도 정부는 밟은 지뢰가 반군의 지뢰인지 정부의 지뢰인지 알 길이 없기에 책임을 질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 한다.
이렇듯 지뢰가 언제 터질지 몰라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앙골라지만, 이번만큼은 한껏 웃어 보인다. 미스 지뢰 선발대회가 열린 것이다. 이 대회의 참가자들은 지뢰의 피해로 다리 한 쪽을 잃었다. 하지만 여느 미녀대회와 다를 바 없이, 출전자들은 춤을 선보이고, 의족을 끼거나 목발을 짚고 워킹을 하며, 포즈를 취하기도 한다. 미녀들에게서 볼 수 있는 것은 더 이상 눈물이 아니다.
이 대회의 주최자인 노르웨이의 한 다큐멘터리 감독 ‘모튼 트래빅’은 “끔찍한 사진을 통해 지뢰의 심각성을 알리기보다는, 경쾌한 분위기로 지뢰에 대한 경각심을 심어주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앙골라에는 아직도 6만개 이상의 지뢰가 묻혀 있는 걸로 예상된다. 지뢰제거단체 NPA의 한 관계자는 앙골라에 묻혀있는 모든 지뢰를 제거하는 데는 100년이 걸릴 것이라고 한다. 또한, 지뢰를 심는 것은 단돈 3달러지만, 제거하는 것은 1000달러가 든다며 경제적인 어려움도 내비쳤다.
자신이 장애인이라며 더 이상 괴로워하지 않는 출전자들은 우리에게 많은 감동을 준다. 주저앉아 잘려나간 다리의 흔적을 보며 슬퍼하기보다는 의족을 끼고 당당히 걷는 그녀들. 지뢰사고 당시 겪어야 했던 두려움을 이겨낸 그녀들은 아무나 가질 수 없는 내면의 아름다움을 갖고 있다. 미녀대회의 출전자로써 충분한 자격을 갖춘 것이다.
감독 모튼 트래빅의 생각에서도 따뜻한 면을 읽을 수 있다. 그는 지뢰사고의 피해자들을 동정어린 눈으로 보지 않았다. 사람들의 동정어린 눈빛에서 거부감을 느끼는 장애인들이 많다. 동정어린 눈빛자체가 차별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물론, 허전한 바지끝자락을 모튼 트래빅의 눈으로 바라보긴 힘들다. 하지만 그들도 우리와 결코 다르지 않은 한 인간일 뿐이다. 우리도 동정어린 눈빛이 아닌 따뜻한 눈빛으로 그들을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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