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 북한에서 추방된 뒤 한국에 온 독일 의사 노베르트 폴러첸(43) 씨가 '미친 곳에서 쓴 일기'라는 책을 6일 출간했다. 북한 주민의 참담한 실상을 소개하고 있는 듯 하지만, 정작 타켓은 우리를 향하고 있다.
"내가 과연 지금 있는 곳이 서울인지 평양인지 모르겠다."는 그는 지금의 현정부와 언론간의 비리를 유감없이 폭로했다. "남한에서는 왜 그 누구도 북한의 저 끔찍한 현실에 대해 알아서는 안 되는 것일까?" 라며 북한의 실상을 소개하고 비판적 보도를 하면 이를 정부나 언론에서 제재하려 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평양에서처럼 비판이 허용되지 않는 이런 식의 햇볕정책이라면 공산국가 북한과의 '우호친선 정책'이라고 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그가 폭로한 것 중에 충격적인 점은 아직도 탈바꿈하려 하지 않는 현 언론의 모습이다. 그가 "워싱턴으로 떠나기 사흘 전 몇몇 언론사 기자들과 만났을 때 이들로부터 기자 회견을 주선해줄 테니 햇볕정책의 좋은 점을 담은 성명서를 내고 김대중 정부와 아무런 이견이 없다는 얘기도 함께 해달라는 요구를 받았다"고 대북 정책에 관한 현 언론의 태도를 폭로했다. 또, '한 인사로부터 '친정부적'인 언론기관과 기자회견을 갖고 대통령의 햇볕정책에 대해 호의적인 말을 해주면 김대중 대통령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겠다는 제의를 받았다.'고도 주장했다.
한국에는 과연 언론의 자유가 있는 것일까? 노베르트 씨는 지난 99년 비정부기구인 긴급의사회'캅 아나무어'의 일원으로 북한에 들어가 의료활동을 폈다. 그러나, 북한 주민의 참담한 삶을 서방 사회에 폭로하는 바람에 작년 12월에 추방당한 인물이다. 문득 지난번에 한겨레 손석춘 부장의 강연을 듣고 정보 여과기인 우리 언론의 중요성에 관해 기사를 쓴 것이 생각난다. 내가 알고 있는 정보가 거짓으로 왜곡된 정보라면 또 그것이 편파적인 정보라면 그 부작용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국민의 알권리 하나 제대로 충족시켜 주지도 못하는 현 언론에게 깊은 배신감을 느낀다. 더욱이 정부와 손잡고 국민을 배신, 이용하려 한다는 점에서 느끼는 배신감은 더더욱 말할 수 없다.
북한의 참상에 대해 침묵하는 한국의 지식인들이 비겁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한국인들은 예의가 발라서 그런지 불의를 고발하는데 익숙지 않은 듯하다"고 한 뒤 "북한의 실상을 정확히 모르기 때문일 것" 이라고 했다. 정부에 이용당하지 않으려면 우리는 그 비리에 관해서 제대로 된 정보를 얻어야 한다. 그런데, 그것을 알려주어야 할 언론이 정부와 굳게 손을 잡고 있다. 이는 결국 국민을 우롱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대중의 편에 서서 정부의 문제점을 정확히 보도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대중을 선도해야 할 언론이 현정권과 손잡은 점은 우리나라의 안타까운 시대상이다. 언론 기관의 기본 역할마저 잊어버린 우리 언론들은 분명 깊은 반성이 있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