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항생제의 남용이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항생제를 남용할 경우 어떤 약도 들지 않는 ‘내성균’이 생겨나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마이신’이란 이름은 항생제를 이르는 말로 마치 만병통치약처럼 애용되어 왔다.
지난 2월 9일 정부가 항생제 남용 방지를 위해 감기약으로 항생제를 많이 쓰는 병·의원 명단을 공개했다. 이후 일선 병원에선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일부 병원에선 환자가 크게 줄었는가 하면 의사에게 항생제 처방 여부를 묻는 환자가 늘어났다. 하지만 의사들은 항생제 처방을 줄이기 어렵다며 정부가 정한 ‘감기’의 범위와 치료법이 논란이 되고 있다. 그렇다면 항생제는 전혀 쓰지 말아야 하는 것일까?
세균의 공포로부터 인류를 해방시킨 기적의 약인 항생제는 병원성 세균을 잡는 세균을 말한다. 항생제의 개발은 인간을 질병의 공포로부터 해방시키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단순 화상, 종기 등으로 사망하는 경우는 거의 사라 졌으며, 세균 감염을 방지해 각종 외과적 시술도 가능해졌다. 그러나 병원성 세균도 무서운 속도로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이들은 항생제의 공격을 받은 뒤 오히려 항생제를 연구해 방어 체계를 개발해낸다. 이것이 바로 ‘내성균’으로 예전에 쓰던 항생제로는 치료 효과가 없는 균이다.
내성균이 생겨도 자각 증세는 없다. 그러나 일단 다른 병이 생기고 나면 사소한 질병에도 몸 고생이 극심해지게 된다. 치료비용도 많은 들뿐더러 입원기간도 길어지게 된다. 평소 무분별한 항생제의 오ㆍ남용이 내성균에 감염되는 1차적 경로임은 당연하나, 평소 항생제를 적게 사용했다고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건 아니다. 내성균은 전염되기 때문이다. 호흡기와 접촉을 통해 가족 간에, 학교 친구 간에, 직장 동료 간에 전염된다. 세균의 집합장소인 병원도 위험하다.
그렇다면 항생제는 어떻게 복용해야 할까? 일단 의사가 항생제 5일치를 처방했다면, 그것은 5일 동안 약을 꾸준히 먹어야 병을 일으킨 세균이 박멸된다는 소리다. 증세가 호전됐다고 2~3일 만에 약을 끊어버리면 항생제 공격에 초주검이 됐던 세균이 다시 살아나 자신을 공격했던 항생제를 연구한 뒤 더 굳센 내성균으로 재탄생하게 된다. 또 어떤 사람들은 항생제를 남겨 뒀다가 이후 같은 증세가 생기면 병원에 안 가고 다시 그 약을 꺼내 먹는 경우가 있다. 증세가 비슷해도 원인이 다를 수 있고, 복용기간이 예전과 달라질 수 있으니 항생제는 꼭 병원에서 처방을 새로 받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