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환 국토부 장관의 어이없는 망언
4월 18일 충남 청양군 금강 6공구 현장에서 굴착기사 김모씨(51)가 25t 덤프트럭에 치여 숨졌다. 2009년 8월 본격화된 4대강 공사현장의 20번째 희생자다. 올해만 12명째. 지난 15~16일에는 낙동강 공사현장에서 3명이 사망했다. 과속하는 죽음들. 말 뿐인 죽음이 아닌 실제 죽음이 4대강에서 벌어지고 있다. 노동자들은 추락해 죽고, 차바퀴에 끼여 죽고, 슬래브가 무너져 죽었다.
“4대강(사업)을 갖고 이러쿵 저러쿵 하시는 분도 많지만 금년 가을 완공된 모습을 보게 되면 모두가 수긍할 것이다.” 또 “새로운 일은 다 반대가 있을 수 있다.”라면서 “그러나 반대가 있다고 해서 해야 할 일을 안 하게 되면 나라는 발전할 수 없다. 지역도 발전할 수 없다”고 이명박 대통령은 말했다. 그가 이 말을 했던 4월 16일 2명이 사망했고, 전날에도 1명이 4대강에서 죽었다. 4대강 사업이 국민의 죽음보다 더 중요한 일이란 말인가.
국회 국토해양위 소속 한나라당 안홍준 의원이 4월 17일 국토해양부에서 제출받은 ‘사업장별 작업시간’ 자료에 따르면 4대강 공사 사업장 154곳 중 법정 근로시간인 8시간을 지키고 있는 곳은 단 2곳뿐이었다. 대부분 공구에서 노동자들은 하루 평균 10∼11시간 일했다. 오전 7시부터 밤 12시까지 17시간을 일하는 곳도 있었다. 현장관리를 잘 못한 책임이 업체에 있다면, 업체를 관리감독하지 못한 정부는 더욱 더 큰 책임이 있다. 정부나 업체가 공기 단축에만 매달렸기 때문에 사고가 나는 것이다.
게다가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은 4월 20일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공사 진행과정에서 인명피해가 생긴 것은 살인적인 공사 진척 때문”이라고 한 의원의 질타에 “사고다운 사고는 몇 건 없고, 대부분 본인 실수에 의한 교통사고나 익사사고”라고 말했다. 저게 장관의 입에서 나올 소리란 말인가. 한 나라의 장관이라는 사람이 사실과 다른 궤변으로 사태를 모면하려 한다면 정말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정부는 당장 건설업체의 노동력 착취로 인한 안전사고를 막아야 하며, 공사 현장 안전시설 점검과 관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남의 이익 때문에 죽어간 노동자들에게 사죄해야 한다. 이러한 모든 문제를 무시한 채 사업을 강행한다면 MB정권은 "토건독재정권"이란 평가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생명 살리기" 라는 4대강 사업이 "생명 살해" 가 되어가고 있는 이 상황에도 한사람만의 업적을 위한 공사는 계속되고 있을 것이며, 피해자는 속출할 것이다. 이것이 바로 탐관오리가 스스로 허위 공덕을 후세에 알리려고 백성을 핍박하여 세운 공덕비가 아니겠는가? 국민들이 그토록 반대하는 4대강 사업을 하고 있는 정부가 노동자들의 안전도 외면한 채 책임을 돌리는 저 뻔뻔함에 치가 떨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