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호]미생, 아직 살아있지 못한 자
미생, 아직 살아있지 못한 자
미생 열풍으로 본 우리의 모습
2012년 인기리에 연재된 윤태호 작가의 웹툰 <미생>이 2014년 10월 드라마로 재탄생했다. 케이블 채널로서는 드물게 시청률 5%대를 돌파하며 연일 높은 시청률을 갱신 중이다. 회사원이나 워킹맘에 대한 사람들의 시선과 태도가 달라졌다는 의미인 ‘미생 효과’라는 말도 생겨날 정도로 현재 드라마 <미생>의 열풍은 가히 ‘신드롬’이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미생>에 열광하며 울고 웃는 것일까?
<미생>의 배경은 ‘원인터내셔널’이라는 굴지의 대기업이다. 그곳에는 십 대를 고스란히 바둑에 바쳤었던, 스펙은 형편없는 ‘요즘 보기 드문 청년’ 신입사원 장그래, 사내정치에는 문외한인 오상식 과장, 그런 과장 밑에서 묵묵히 일하는 김동식 대리, 워킹맘의 고단한 모습을 보여주는 선지영 차장 등 여러 캐릭터가 등장한다. 각자의 캐릭터들은 직장생활, 더 나아가 인생이라는 바둑판 위에서 사활을 건 전쟁을 보여주고 있다. 스토리 중간마다 바둑용어가 자주 등장하는데, 이는 우리의 삶이 바둑판 위의 모습과 많이 닮았다는 것을 함의하고 있다. ‘미생(未生)’이라는 제목 또한 누구 하나 히어로도 주인공도 아닌 그저 ‘완생(完生)’을 위해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비유하고 있다.
‘미생 신드롬’의 가장 큰 이유는 단연 ‘공감’이다. 비단 직장생활에서의 고단함을 보여주는 드라마가 아니다. 직장생활을 통해 삶 속에서 공감할 수 있는 자신만의 이야기를 <미생>은 보여주고 있다. 일명 ‘낙하산’으 회사에 입사해 화려한 스펙을 보유한 사람들 속에서 고군분투하는 장그래의 모습에, 일이 전부인 삶을 사는 오과장을 통해, 그 밖에 저마다 치열한 ‘완생’으로의 삶을 살아가는 극 중 인물들의 모습에서 사람들은 공감하며 울고 웃었다.
하지만 우리는 <미생>을 그저 편한 마음으로 시청할 수 없다. <미생>이라는 드라마에 몰입할수록 우리의 삶도 치열한 전쟁과도 같은 드라마의 모습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닫기 때문이다. 오히려 드라마보다 더한 자신들의 모습에 우울하고 씁쓸한 마음을 가질지 모른다.
그러나 <미생>이라는 드라마는 우리에게 무언가 말하고 있다. 제작진은 드라마를 통해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식의 어설픈 위로나 조언을 지양했다고 말한다. 그저 인생이라는 각자의 바둑을 두는 사람들에게 현실 그대로의 모습을 공감을 통해 보여주며 의미를 주려 한다고 말한다. 극 중 캐릭터들의 진심 어린, 있는 그대로의 모습과 대사는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공감하고 나아가 자신의 삶에 의미를 찾게 하고 있다. 그리고 어느새 우리는 볼 수 있었다. 버티며 ‘완생(完生)’으로 나아가는, 바둑알 하나하나 열심히 두고 있는 우리의 모습을. 바둑판 위에 의미 없는 돌이란 없기에.
신희상 기자
shs17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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