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는 폭락 우리경제는 휘청
원ㆍ엔 환율 6년 만에 최저치 기록
갈수록 가속화되는 엔화 약세와 달러 강세인 엔저 현상이 한국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한국 수출품의 절반 이상이 일본과 겹치는 상황에서 엔저 현상은 수출뿐 아니라 내수 전반에까지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달러 당 100엔대에 머물던 엔화 가치가 어느덧 110엔대까지 치솟으면서 130~140엔대까지 올라갈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시급한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25일 국제외환시장에서 미 달러화에 대한 엔화 환율은 달러 당 109.2엔을 기록하면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달러 대비 엔화 가치 하락이 가장 높은 수준까지 치솟았다. 엔화 가치가 하락하면서 원화와 엔화의 비교 환율인 원ㆍ엔 환율 역시 100엔당 950원대로 6년 만에 가장 낮았으며 내년에는 100엔당 800원대까지 하락할 것이란 예측도 나왔다.
이러한 엔저 현상이 계속적으로 심화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미국의 경제가 회복되어가면서 달러강세가 두드러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은 오는 10월에 양적완화를 종료할 것으로 보이며 내년 하반기에는 금리인상이 확실시 되고 있다. 미국의 달러가 강세를 이어가는 반면 일본은 소비세를 인상시킨 후 엔화 약세가 계속되고 있다. 또한 아베정부의 인위적인 저금리와 국가 개입 또한 엔저 현상에 한몫 하고 있다. 여기에 어느 정도 양호한 한국의 경제상황이 원화 가치 하락을 막으면서 달러화를 사이에 둔 원화와 엔화의 가치 차이가 더욱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환율 리스크는 국내 증시에 부담이 되어 우리 경제에 충격을 줄 수 있다. 또한 달러 강세는 자산을 현금으로 전환할 수 있는 정도인 유동성을 축소시켜 한국 증시의 수요와 공급에 타격을 줄 수 있다. 또한 엔화 약세는 일본과 경쟁하는 국내 수출기업에 부담을 준다. 미국 시장에서 일본차와 경쟁을 벌이고 있는 현대자동차는 올 들어 엔저에 힘입은 도요타와 닛산의 파격적인 판매수당 인상 조치에 밀려 시장 점유율이 7월 8.3%에서 지난달 7.9%로 떨어졌다. 일본 관광객이 점령했던 서울 명동의 화장품 매장 네이처 리퍼블릭 관계자는 “예전엔 마스크팩을 수십 장씩 쓸어가던 일본인들이 이제는 고작 2,3장 밖에 안 사간다”고 전했다. 유명 호텔의 일본 투숙객 비중은 물론, 화훼ㆍ파프리카ㆍ광어 등 인기품목의 대일 수출액도 줄줄이 반 토막 나고 있다. 엔저 장기화에 대비하지 못한다면 수출증가율 급락, 기업이익 악화 등 경제 전반의 충격이 커져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 같은 외환위기의 재연도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엔저현상의 가속화에 대한 우려는 날로 높아지고 있지만 마땅한 대비책은 없는 상황이다. 달러화가 1990년대 후반 이후 역사적인 강세기에 들어섰다는 분석까지 나올 정도지만 환율 방어와 기준금리 추가 인하 등과 같은 정부의 단기 대책들은 만만치 않은 부작용들이 존재한다. 하루빨리 적극적인 금리 및 환율 정책과 국가 내에 소비를 활성화 하여 국가 경제를 활발히 하는 등 정부 차원의 대책을 시행해야 한다. 또한 엔저에 따른 일본의 낮은 금리를 활용해 엔화를 빌려 제3국에 투자하는 엔캐리 트레이드의 자금 유입 증가는 한국 외환시장의 혼란을 가중시킬 수도 있으므로 적절한 제재가 필요할 것이다. 한국은행도 정부와 협조해 적극적으로 금리를 내리는 등 전반적인 대책이 시급하다.
채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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