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호] 유치원생들이 볼모?
표제: 유치원생들이 볼모?
부제: 집단 이기주의인가 아닌가
지난 9월 15일 한국사립유치원 총연합회(이하 '한유 총')은 현 정부의 국공립 유치원 확대에 대해 반발하며 사립유치원 파업을 경고했다. 하지만 학부모들의 거센 반발과 정부의 '파업 유치원 폐쇄' 등 강경한 대응을 보이면서 파업의 철회와 강행을 반복하다 결국 16일 파업 철회로 마무리되었다. 한유 총은 이러한 대응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사립유치원은 국가가 유아 교육을 신경 쓰지 못하고 있던 시절부터 유아 교육을 도맡아 오면서 지금까지도 교육기관으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문재인 정부가 공약으로 국공립 유치원 확대를 내놓으면서 사립 유치원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현 정부는 국공립 유치원생 비율을 40%까지 늘리며 지원금도 늘릴 것이라고 하였다. 지금 같은 저출산 시대에 국공립 지원금과 원생을 확대하게 되면 사립 유치원들은 휘청일 것이다. 이에 반발한 사립 유치원들은 사립 유치원 지원금을 늘리고, 감사를 중단하고, 국공립 유치원 확대 반대하는 등 무리한 주장을 내세웠다.
정부에서는 한유 총과의 협의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국가의 세금을 받으면서 감사는 받지 않겠다는 것은 기본 원칙도 지키지 않는 것이며, 감사를 통해 2015년부터 지금까지 사립 유치원들의 수많은 비리를 적발했다. 적발된 비리는 사립 유치원 지원금을 원장이 사유재산처럼 사용하며, 페이퍼컴퍼니와 거래 및 은닉 통장 사용, 감사 거부 등으로 이미 수사를 의뢰한 기록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립 유치원들은 감사 철폐를 주장하며 나섰고 정부는 이런 무책임한 태도에 대해 휴업을 단행한 유치원 원아 모집 정지 및 정원 감축 등으로 대응했다.
또한 갑작스럽게 사립 유치원들이 파업의 강행과 철회를 번복하면서 애먼 학부모들과 유치원생들만 피해를 봤다. 특히 맞벌이 부부들은 갑작스러운 파업 소식을 접하면서 한유 총이 예고한 18일과 25~29일까지의 긴 기간 동안 아이를 맡길 곳을 찾아야만 했다. 사립 유치원들의 파업은 학부모들에게 사립 유치원들의 집단 이기주의로만 보였고, 정부와의 협상에 있어서 아이들이 볼모인 마냥 취급되었다.
결국에는 한유 총이 파업을 철회했다. 예고했던 날 파업한 유치원은 단 한 군데도 없었고, 학부모들도 아이들을 무사히 등원시킬 수 있었다. 한유 총은 "교육부가 한유 총을 유아교육정책 파트너로 인정하고 정책 참여를 보장했다. 그동안 협의된 사항을 성실히 이행하고 존중하자는 의견과 더 이상 학부모와 아이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데 회원들이 동의했다"라고 밝혔다. 또 유치원 휴업 사건에 대해 학부모들에게 사과했다.
그러나 여전히 사립 유치원들은 정부 지원을 받는 만큼 감사에 적극적으로 응해야 할 의무가 있고, 학부모들에게 유치원 등록금이 어떻게 쓰이는지 거짓 없이 보여주어야 한다. 지원금을 투명하게 사용하여 학부모들의 사립 유치원에 대한 부담감을 줄이면 자연스럽게 사립 유치원 정원도 채워질 것이다. 또, 학부모에게 지원금을 돌려주는 방식으로 하는 등 유치원의 사유재산으로 이용되지 않도록 지원급 지급 방식을 바꾸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유치원은 학부모들이 사립이든 국공립이든 마음 놓고 아이를 보낼 수 있는 우리나라 교육기관이 되어야 한다.
남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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