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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호] 내 재산 내가 지키는게 불법

by 북소리 on Dec 07,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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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재산 내가 지키는게 불법
법원 정당방위 피해자 오히려 실형

 

 지난 3월 8일 오전 3시 15분쯤 강원도 원주시 남원로의 한 주택에서 친구들과 놀다가 새벽에 귀가한 최 모(21)씨는 누군가가 자신의 집 2층 거실에서 서랍장을 뒤지는 것을 발견했다. 그 장면을 보고 그가 도둑임을 직감한 최 씨는 서랍장을 뒤지던 김 모(55)씨에게 다가가 주먹으로 얼굴을 수차례 때려 넘어뜨리는 등 치열한 격투 끝에 도둑을 붙잡아 경찰에 신고했다. 당시 김 씨는 흉기 등을 전혀 가지고 있지 않은 무방비 상태였고 최 씨를 만나자 그대로 달아나려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최 씨는 넘어진 상태에서 달아나려는 김 씨를 발로 걷어차고 빨래 건조대를 무기로 사용해 수차례 내리쳐 제압하였다. 이로 인해 머리를 심하게 다친 김 씨는 의식을 되찾지 못한 채 현재 8개월째 병원 치료 중이다.


제1심을 맡은 춘천지법 원주지원 박병민 판사는 ‘도둑을 제압하기 위한 행위라 할지라도 아무런 저항 없이 도망가려던 최 씨의 머리 부위를 심하게 때려 식물인간 상태로 만든 것은 방어 행위의 한도를 넘은 것. 이는 정당방위는 물론 사회통념상 용인될 수 있는 과잉방위에도 해당하지 않는 지나친 행위’라고 판시했다. 과잉방위란 '정당방위 상황은 존재'하나 침해행위에 대한 방위행위의 균형성이 상실되고 방어방법의 상당성이 결여된 경우를 의미한다.

법원의 판결 또한 최 씨가 정당방위는 물론 과잉방위도 성립하지 않으며 과도한 폭력행사로 인정되어 1년 6개월이라는 실형을 선고하였다. 이런 판결은 일반 대중들에게 충분히 이상하다고 느껴질 수 있는 판결이었고 얼마 후 언론 보도에 의해 이슈화되어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었다.


논란의 핵심은 과연 정당방위를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가이다. 위의 사례에서 도둑이 흉기를 소지하고 있었다면 판결은 달라졌을 것이다. 하지만 도둑이 무방비로 도주 중이던 상황에서는 정당방위가 인정되기 어려웠던 것이다. 또한 빨래건조대가 알루미늄 재질로 만들어졌다고 해도 위험한 물건인지 판단할 때 어떻게 보면 위험한 물건에 해당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사실들을 감안하더라도 법원의 판결은 피해자의 입장에서 지나치게 범죄자의 편을 들고 있다고 느껴진다. 먼저 최 씨의 국선 변호인의 얘기를 들어보면 "도둑을 제압하는 과정에서 피고인도 정신이 없는 상황에서 손에 잡히는 물건을 들어 도둑을 제압했던 것, 그 때 근처에 있었던 것이 빨래 건조대" 라고 말했다. 당시의 급박한 상황을 고려한다면 빨래 건조대는 위험한 흉기라 볼 수 없고 그런 물건으로 범인을 제압하기 위해서는 여러차례 내려칠 수 밖에 없었던 최 씨의 상황을 고려한다면 최 씨의 행동이 정당방위가 아니라고 한 판결은 잘못됬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정당방위의 범위를 너무 폭넓게 적용하면 그로 인해 범죄자들이 정당방위를 악용하는 상황이 발생할 우려가 있어 범위를 어느 정도 제한할 필요는 있겠지만 그런 경우는 예외적으로 드물게 발생되는 일이므로 지나친 걱정이다.

그러므로 위의 사례같은 어이없는 판결이 발생하지 않기 위해서 정당방위의 범위를 지금보다 더 여유롭게 넓혀야 할 것이다. 그리고 무조건적으로 정당방위를 인정하지 말고 정당방위인지 여부를 판단할 때 경위와 그 당시의 상황을 잘 따지고 정황적인 증거를 토대로 다양한 사건들을 바라봐야 할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법은 기본적으로 정당방위를 인정하지 않는다라고 전제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종종 이런 정당방위에 관련된 당혹스러운 판결이 발생되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다른 선진국들의 판례같이 정당방위 여부를 판단할 때 기본적으로 피해자의 입장에서 폭넓은 시각을 가지고 판단해야 하며 그래야만 합리적인 판결이 가능할 것이다.

안기만 기자

galvx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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