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호] 무너져 내려가는 육사의 위신
무너져 내려가는 육사의 위신
근본적인 해결책 우선되어야
기강과 위품있는 육군 장교를 양성하는 교육기관인 육군사관학교가 최근 몇 개월 동안 논란의 중심이 되었다.
지난 5월 육사생도축제 기간에 4학년 생도가 교내에서 술에 취한 2학년 여생도를 성폭행한 사건을 시작으로 8월에는 태국의 6·25 참전 용사촌을 방문해 봉사활동을 펼치던 3학년 생도 가운데 9명이 주점과 전통마사지 업소를 출입해 물의를 빚었다. 하지만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4학년 조모 생도는 채팅으로 만난 여중생과 성관계를 가진 뒤 스마트폰을 훔쳐 달아나 아동·청소년성보호법 위반 혐의로 군 검찰에 구속되며 육사 생도들의 도를 넘는 일탈 소식이 끊이질 않았다.
이러한 생도들의 일탈을 방지하고자 그동안 육사 측에서는 교장 전역, 생도대장 교체, 관련자 징계위 회부 등 조치가 잇따랐지만 반복되는 일탈 행위에, 육사 내에 구성된 혁신 테스크포스(TF:특수임무가 부여된 특별 편제의 부대라는 군사용어)에서 고강도 대책인 생도 일탈방지책을 발표했다. 이번 일탈의 수준이 사회적 파문을 일으킨 만큼 따끔한 대안이 나왔을 것이라고 기대했으나 그 내용이 터무니없다.
일탈방지책을 보면 첫 번째로, 앞으로 육사의 기준을 인성이 좋은 학생을 뽑겠다는 것이다. 애초부터 문제를 만들지 않을 학생들을 뽑아 문제의 소지를 만들지 않겠다는 것은 이해하나, 이는 학교 측의 편의를 위한 대책이며, 원인을 학교 내부가 아닌 외부에서 찾으려는 무책임한 생각이다.
두 번째로, ‘3금’(금혼·금연·금주)제도 강화 등 금욕주의와 군기 잡기에만 치중한 현대와 동떨어진 대안이다. 성폭행·성매매 등 범죄 행위는 단죄하는 게 당연하지만 이성교제와 음주 행위 등에 대한 처벌·감시까지도 강화됐다. 특히 1학년 생도는 동일 중대 및 지휘계선 상 생도 간 이성교제금지로 명확하게 규제해 놓았다. 이는 근본적인 원인 진단이 빠진 통제 일색의 처방만 제시된 것이다. 무조건 3금을 강화할 게 아니라 자율을 우선하는 방향으로 발상을 바꿨으면 좋았을 것이다. 아무리 육사라고 해도 개인의 자유에 해당하는 이성교제까지 범위와 행동 지침을 규정하는 건 과도한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높다.
육사가 발표한 일탈방지책은 자유분방한 신세대들에게 감시와 억압 책이 얼마나 유효할지도 의문을 남기며 인성 함양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아니다. 특히 3금제도 강화는 군기 사고 때마다 나온 대책인 데다 사회적 흐름과도 맞지 않는다. 김종대 군사평론가가 “군인은 제복을 입은 시민이라는 인식에서 민주적 소양과 자질을 갖출 수 있게 육사 교육을 바꿔야 한다”고 말한 것처럼, 육군사관학교가 우리 민족의 유구한 역사와 무궁한 발전을 상징하는 만큼 자신의 행동이 곧 우리나라 전체의 모습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가슴에 새길 수 있는 참된 육사 교육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유다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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