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보다 이성을 앞세운 해결책 필요
최근 모 TV 프로그램에서 해외로 유출된 우리의 문화재를 찾자는 취지의 프로젝트를 진행해 눈길을 끈다. 그동안 정부의 역할로만 생각해왔던 ‘유물환수’라는 주제로 시청자의 참여를 유도하고 있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많은 국민들이 우리의 문화재에 관해 더욱 큰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지난 6월, 문화재청에서 발표한 해외유출 문화재의 통계는 약 74,434점, 이 수치 역시 언론에 보도 되거나 박물관 소장 문화재의 수치만을 합해놓은 것으로써 개인소장품까지 고려한다면 우리 유출된 문화유산은 십 만점이 넘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세계 약 20개국에 흩어져있는 수많은 우리의 문화재들은, 한국 근·현대사의 거친 흐름 속에서 강대국들에 의해 약탈당한 것이 대부분인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도대체 이 많은 문화재들은 어째서 아직까지도 고국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었던 것일까?
첫째로 정부의 소극적인 노력을 꼽을 수 있다. 58년 이후 돌아온 문화재 4,855점 중 정부간 협정으로 돌아온 것은 모두 1,600여점뿐이다. 현재 문화재 환수를 위한 별도의 조직은 존재하지 않는데다가, 해외 소장 문화재를 파악하기 위해 문화재청 국립문화연구소를 설치·운영하고 있으나 그것 역시 정부의 지원 부족으로 활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약 50년 동안 돌아온 문화재가 겨우 4,855점, 앞으로 찾아와야할 문화재가 약 74,434점. 이 수치의 확연한 차이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정부는 문화재 환수의 절실함을 깨닫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둘째로 정부에게만 모든 책임을 미루고 있는 국민들에게도 문제가 있다. 평소에는 관심도 없다가 언론에서 문화재 환수에 대한 사실이 보도되면 감정만 앞서는 우리의 국민들, ‘약탈’이라는 방법을 통해 해외에서 소장하고 있는 우리 문화재들에 대해 억울하고 분통한 심정을 가지게 되는 것은 당연하지만, 감정만 앞세워서 해결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러한 감정들이 상대국을 난처하거나 분노하게 만들어 문화재 환수를 더욱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우리의 문화재들을 되찾기 위해서는 앉은 자리에서 목소리만 높일 것이 아니라, 국민들 스스로도 책임감을 가지고 직접 나서서 행동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문화재의 환수를 위해서는 정부와 민간단체, 학계의 협력이 시급하다. 문화재의 환수를 위해서는 현재 소유권을 가지고 있는 상대국과 문화재 소장인에 대한 각별한 배려가 필요하고, 그들의 감정을 살피는 데는 정부보다 민간 위주의 활동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따라서 민간단체와 학계가 나서 꾸준한 설득과 회유를 하고 그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이루어질 때 비로소 우리 문화재를 돌려받는 일이 한발 앞으로 진전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문화재의 소유권을 가져 올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 ‘매입’인 만큼 우리 국민들이 해외경매에 나온 문화재를 매입하는데 대한 정책적인 지원 역시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으며, 돌려받지 못한 문화재의 경우 현지에서 우리나라의 문화를 알리는데 좋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도와 적극 활용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겠다.
지금은 정부와 국민 모두의 참여와 협력, 그리고 감정보다 이성을 앞세운 침착하고 슬기로운 해결책이 필요한 때이다. 우리나라의 역사와 문화재에 대한 관심이 앞으로도 지속되기를, 그리하여 언젠가는 우리의 아픈 역사가 ‘상처’가 아닌 ‘흉터’로 남게 되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