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왕 카스테라의 쇠락
내 탓이오? 네 탓이오?
유행은 폭발적이었고, 쇠락은 순식간이었다. 서울 종로에서 전남 장흥까지, 전국 곳곳에서 생겨나던 한 외식업체는 이제 몰락을 앞두고 있다. ‘대왕 카스테라’는 한국 외식 프랜차이즈 산업 사상 가장 단기간에 흥했다 쇠한 상품이라는 기록을 남기게 되었다.
3월12일 채널A <먹거리 X파일>은 국내에서 성업 중인 대왕 카스테라 업체를 비판했다. 달걀·밀가루·우유·설탕 외에 어떤 것도 넣지 않는다고 홍보한 것과 달리 식용유와 일부 첨가제를 사용한다는 것이 방송의 골자였다. 식품학자, 맛 칼럼니스트 등이 <먹거리 X파일>의 ‘공포팔이’를 문제 삼았다. 카스테라의 촉촉함과 탄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식용유 사용이 일반적인데, 이를 잘못된 일처럼 보도했다는 항변이었다.
방송 직후 대왕 카스테라의 식용유 사용을 비판하는 기사를 쏟아냈다. 그러다 전문가의 반론이 나오자 이번에는 시청률에 급급한 <먹거리 X파일>의 선정성을 문제 삼는 기사가 나오기 시작했다. <먹거리 X파일>은 대만 현지 취재까지 강행하며 후속 방송을 내보냈지만, 논란 자체를 해명하지는 못했다. 대만 현지에서 역시 식용유를 사용한다는 점, 그리고 카스테라가 아닌 시폰케이크라 부른다는 점 정도가 새로운 이야기였다. 방송 이후 대왕 카스테라 업체는 직격탄을 맞았다. 하루아침에 매출이 100만원에서 10만원으로 줄었다는 가맹점주의 절규가 터져 나왔고, 급기야 문을 닫는 업체까지 생겨났다. 한 개그맨은 <먹거리 X파일> 방송 이튿날 서울 명지대 인근에서 대왕 카스테라점을 개업했다는 슬픈사연을 털어놓기도 했다.
대왕 카스테라가 몰락한 직접적 이유가 <먹거리 X파일> 탓이라고만 할 수 있을까. 이 바닥을 아는 사람들은 진작부터 대왕 카스테라가 오래 못 갈 아이템이라고 봤다. 대왕 카스테라가 오래가지 못하리라 본 이유는 첫째, 진입 장벽이 너무 낮았다. 달걀·밀가루·우유 정도 레시피에 오븐만 있으면 누구나 만들 수 있는 단일 상품이다. 누구라도 일주일 정도만 배우면 만들 수 있는 아이템이다. 둘째, 순식간에 너무 많은 유사 프랜차이즈가 난립했다. 신규 브랜드가 잘 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희소성이 유지되어야 하는데, 대왕 카스테라는 제 살 깎아먹기로 과당경쟁에 돌입했다. 셋째, 한창 붐이 일 때쯤 AI 사태로 달걀 값이 폭등해 마진율이 떨어졌다. 이런 이유로 창업 1년 안에 내리막길을 걸을 게 분명했던 차에 방송이 ‘확인사살’을 했다는 것이다. 프랜차이즈 본사 역시 이게 1년짜리 아이템이라는 걸 알고 있었을 것이다.
대왕 카스테라는 퇴로로 접어들었다. 벌집 아이스크림처럼 과거 한때 반짝했던 먹거리의 전철을 밟고 있다. 먹거리 X파일의 방송으로 인해 쇠퇴한다는 말은 참인 명제가 아닐 수도 있다. 이 사건를 통해 대중들은 언론과 기사에 속아 장님 코끼리 만지듯 단면만 보고 판단하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한상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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