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나가는 개편, 막 내뱉는 말
막말 논란 중앙대의 현 상황
지난달 21일 박용성 전 두산중공업 회장이 중앙대 이사장을 비롯해 두산중공업 회장 등 모든 보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학사 구조 개편에 반대하는 교수들에게 메일로 막말을 한 사실이 알려진 후 그를 향한 거센 비난 여론에 대한 응답으로 사퇴를 결정한 것이다.
지난 3월 그는 학사 구조 개편에 반대하는 교수들에게 막말을 담은 이메일을 보냈다. 이메일에는 "인사권을 가진 내가 법인을 시켜서 모든 걸 처리한다. 그들이 제 목을 쳐달라고 목을 길게 뺐는데 안 쳐주면 예의가 아니다. 가장 피가 많이 나고 고통스러운 방법으로 내가 쳐줄 것이다"라는 내용이 담겨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또 다른 이메일에서도 '비대위(교수대표비상대책위원회)'를 변기를 뜻하는 'Bidet 委(비데위)' 또는 '鳥頭(새대가리)'라 칭하며 조롱하기도 했다. 심지어 그는 학생들을 사칭하여 구조 개편에 반대하는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현수막까지 설치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이 사건의 본질적인 문제는 그의 막말에 있는 것이 아니다. 이번 파문으로 인해 나타난 현재 중앙대의 상황은 재벌 기업이 장악한 대학이 변화해가는 모습을 극단적으로 보여준다. 박 전 이사장은 2010년 18개의 단과대와 77개 학과에서 10개의 단과대와 46개 학과로 바꾸었고, 2011년에 가정교육과에 이어 2013년에는 비교민속, 청소년, 아동복지, 가족복지 등 네 개 전공을 폐지했다. 교수들에게는 기업의 성과제와 같은 방식을 도입했다. 전체 교수를 S, A, B, C 등급으로 분류하여 연봉 인상에 차등을 두게 한 것이다. 지난해에는 연구업적 평가 결과 C등급을 받은 교수 4명에게 정직 등 중징계 처분을 내려 논란을 빚었다. 더불어 올해 발표한 중앙대의 학사 개편안은 취업률이 좋지 않은 인문학을 폐지하거나 축소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어 학교를 말 그대로 학원처럼 바꾸려고 한다며, 부정적인 여론에 부딪히고 있다.
일각에서 개편하는 중앙대를 ‘중앙취업전문학원’이라고 비꼬는 것에서 볼 수 있듯이, 오롯이 경제적인 측면에서만 대학을 운영하는 것은 ‘대학’이라는 이름이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대학의 본질을 훼손할 수 있다. 대학의 기업화와 인문학 축소는 대학을 취업률을 높이는 방향으로는 발전하게 할 수는 있지만, 대학이 한 사회의 지성의 전당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관점에서는 결코 바람직한 변화라고 볼 수 없다. 대학이 다시 진정한 지성의 상징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재벌 기업 이사장이 학교의 경영권과 운영권을 모두 쥐고 있는 관행을 개선해야 할 필요가 있다. 또한 재단은 교수진․학생들과 갑-을 관계에서 벗어나 막무가내식 개편이 아닌 학교 구성원의 의견을 반영하는 방향으로 대학 경영 노선을 변경해야 할 것이다. 새롭게 선임된 김철수 이사장은 구성원들과의 적극적인 소통을 통한 화합을 꾀하겠다고 밝혔지만, 중앙대가 막무가내로 진행해온 대학 개편시도가 중단될 것인지 여부는 아직 미지수로 남아있다.
박송이 기자
sy4581112@googl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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