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연 죽음, 풀지못할 진실인가
권력 앞에 경찰도 풀지 못한 연예계 어둠
지난 3월 7일 드라마 ‘꽃보다 남자’에 출연한 신인 여배우 장자연이 자살했다. 이 사건도 단순 우울증에 의한 자살로 결론이 날 뻔했으나, 장씨의 매니저가 고인이 직접 작성한 문건 일부를 공개해 장씨의 자살원인에 대한 또 다른 가능성이 제기됐다. 매니저는 문건 일부를 공개했는데 '저는 나약하고 힘없는 신인 배우입니다. 이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습니다.'란 내용이 있었다. 이에 장씨가 우울증에 의한 자살은 아니라고 판단되어, 이후 14일 경찰은 장자연 사건 관련 재수사에 착수했다. 또한, 같은 날 KBS는 '장자연 문건'을 추가로 공개해 이 사건에 각 소속사 대표 및 각계 유명인사들이 관련되어 있고, 장씨가 이들의 술접대와 성상납 강요에 의한 고통에 의해 자살했다고 보도했다. 장씨의 소속사 대표 김씨에 대한 조사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일본에 가 있는 김씨에게 경찰은 범죄인 인도요청을 하고 사무실을 압수수색 하는 등 수사에 활기를 보였다. 뉴스에 장자연 수사 관련 보도는 항상 메인으로 보도되었고 장씨가 죽기 전에 비리 등을 호소하고자 남긴 일명 ‘장자연 리스트’에 대한 여론의 관심도 높아지면서 비밀은 곧 밝혀질 것 같았다.
그러나 이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경찰 브리핑 내용이 15일부터 차이를 보였다. ‘실명이 거론된 인사들의 신상은 수사사항이라 밝힐 수 없다’고 했다가 18일 ‘문건에 언급된 관계자 명단은 경찰은 갖고 있지 않다, 관련자 소환은 결정되면 말하겠다.’고 문건 자체에 대해 부정했다. 8일에는 인사 실명을 공개하겠다고 발표했으나 몇 시간 후 "실명 공개 의미가 아니라 진상을 밝히겠다는 의미"라고 입장을 바꿨다. 곧 해결될 것 같았던 이 문제는 경찰의 갑작스런 입장 변화로 인해 주춤했다.
그 다음날 경찰은 리스트 관계자가 아닌 매니저 유씨를 명예훼손으로 불구속 입건했고 유씨에 대해서 김대표 귀국 후에 사법처리 하겠다고 발표했다. 결국 24일 중간수사발표에서 기획사 관계자, 감독, 금융인, 사업가 등 9명을 불구속 입건하는 선에서 사건이 일단락됐다. ‘리스트’ 명단에 있는 실명을 밝히느니 어쩌니 시끄러웠던 이번 사건은 결국 이렇다한 결론도 내지 못한 채 마무리 되었다. 리스트의 비밀은 결국 장씨의 죽음과 함께 묻혀버린 것이다.
장 씨가 숨진 지 약 두 달이 지난 지금, 그 안타까운 죽음의 진실을 밝히지 못하는 사실이 참 유감스럽다. 한창 꽃 필 나이에 죽음을 택할 수 밖에 없던 이유가 과연 무엇이었을까. 사건의 피해자는 죽었지만 가해자나 이 사건의 연관자들은 뒤에서 손을 쓰고 다시 아무렇지 않게 살아갈 것이다. 지금 각 언론과 인터넷에서는 장자연 관련 기사들을 전부 내리고 관련 기사에 댓글도 차단하는 등 이 사건을 빨리 덮어버리려고 하고 있다. 하늘을 손으로 가리려고 해도 가려지지 않는다. 하루빨리 진실이 밝혀져 장 씨뿐만 아니라 제 2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