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16일 '의문사 진상규명 위원회'(이하 위원회)의 활동이 끝이 났다.
그간 우리가 밝혀낸 사건들이 일으킨 사회의 파장들. 그리고 아직도 밝혀내지 못한 더 많은 사건들을 생각하면, 위원회가 활동했던 지난 2년이라는 시간이 너무나 짧게 느껴진다.
그러나 아무런 강제권한도 없고, 조사시 타 기관의 비 협조 속에서, 이 만큼 해낸 것도 정말 대단한 일이라고 박수를 쳐줘야 하는 거 아닌가? 아직 미해결 사건들이 있지만, 기한이 지났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국회에서 관련법을 처리해 주어야 재활동을 할 수 있는데, 국회는 12월에 있을 대선과 그에 따른 후보자 흠집내기에 열을 내고 있으니, 과연 올 해안에 통과나 시켜 줄지 알 수도 없는 일이다. 그냥 조용히 묻혀지겠지...
짐정리를 하고 있는 동안, 창 밖에선 매일 보아왔던 풍경이 보이고 있다. 군대에서 아들을 잃은 많은 어머니들이 '진실을 밝혀내라.'며 울부짖는 풍경. 그런데 어쩌란 말인가? 답답한 건 우리도 마찬가진데....
이번에도 역시 진실을 밝혀지지 않았다. 수많은 의혹만을 더 드러냈을 뿐이다. 기한이 정해진 위원회. 그 위원회가 아무런 힘도 없는 상황이라면 진실을 밝혀내기란 정말 힘든 일이다. 모든 사건이 권력이라는 힘에 의해 은폐되었고, 그 가해자들이 여전히 그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무슨 진실이 밝혀질 수 있겠는가? 그래도 그나마 지금까지 밝혀낸 것만 해도 장한 일이라 칭찬을 해줘야 할 것이다. 한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수많은 기관을 돌아다니며 구걸하다 시피, 정보를 알아내고, 가해자임이 분명한 사람인데 어떻게 할 수 없어 바라보기만 했었던 2년이었을 테니 말이다. 정말로 고생했다. 비협조적인 분위기에서 그나마 밝혀낸 것이..
그러나 우리는 결코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아직 밝혀져야 할 사건들이 많이 남아 있음을, 이 전처럼 그들은 또 조용히 묻어버리려 하겠지만 결코 그렇게 놓아두어선 안될 것이다. 확실한 우리의 의지를 보여줘야 할 것이다. 그냥 묻어버리기엔 아직도 상처받은 사람들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또한 정치권 역시 정권획득에만 열을 올리기보다는, 진정 중요한 것들부터 해결해 나가려는 현명함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정치가 아무리 정권획득이라고 하지만, 무엇이 먼저인지 무엇이 나중인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정치를 한다고 나서는 것은 아닐 테니 말이다.
저 어두운 곳에서 여전히 밝은 곳으로 나가길 묵묵히 기다리고 있는 수많은 진실들. 그리고 조용히 지켜보면서 곁눈으로 지금의 상황에 대해 안도의 웃음을 짓고 있는 더 많은 사람들. 아직 끝나지 않았다. 언젠가 진실은 밝혀진다. 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