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19년이라는 세월동안 지어지지 못하는 건물, 바로 핵 폐기장이다.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보고 관심을 가져봄직한 사항이지만, 건설추진→ 불같이 일어나는 여론→ 결사반대→ 건설취소→ 벙어리가 된 여론과 망각의 과정을 거치면서 그저 무덤덤하게 받아들이는 경우도 있을 듯하다.
올해 2월 핵 폐기장 건설 후보지를 선정, 발표함으로서 다시 한번 논란과 진통이 시작되었다. 정부는 동해안의 영덕, 울진 서해안의 고창, 영광 등 네 곳을 후보지로 결정하였다. 1978년 첫 핵발전소가 가동을 시작한 이후 정부는 84년부터 폐기물 처리장 부지를 물색하기 시작했지만 90년 안면도 사태, 95년 굴업도 사태에서 보듯, 핵 폐기장 건설은 주민들의 완강한 반대에 힘입어 원점을 맴돌았다. 이러한 문제를 야기하는 것은 님비현상을 대부분의 원인으로 찾았었고, 사실 지역이기주의가 한 몫 하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세계적으로 위험성과 비용 때문에 원자력발전은 사양화가 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앞으로의 원전발전량의 증가를 추진하며 주체할 수 없는 폐기물로 인해 이번에야말로 폐기장 건설을 반드시 해야 한다는 정부를 보면 님비현상이 정책을 가로막고 있는 주 요인으로 판단하기엔 무리가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 정치꾼만 있고 정치가가 없다는 것은 주어진 상황을 받아 않기만 하는 혹은 그래야만 할지 모르는 현실이 말해주고 있는 듯 하다. 크게 반발하며 농성을 벌이고 있는 경북 울진의 경우 94년부터 00년까지 3차례에 걸쳐 정부로부터 핵 폐기장 건설 포기 공문을 받았으나 다시금 후보지로 올려놓아 주민들을 경악케 하고 있다. 정부의 이러한 행동은 건달이 너의 돈만은 절대 빼앗지 않겠다고 약속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핵 폐기장 건설을 추진하는 지금 우리나라도 에너지 정책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을 해야 한다. 대체에너지인 풍력이나 태양열등을 통해 친환경적인 에너지 생산과 효율성을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기본적인 에너지 생산의 대안을 마련하고자 하는 진지한 노력만이 정치인의 본 모습을 찾고 지역주민들과의 당당한 논의가 진행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