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신문이나 TV를 보면서 위기의식을 자주 느낀다. 새로이 보도된 자료들 중 국민의 가슴을 시원하게 해주는 소식은 하나도 없다. 비단 정치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 걸쳐 역사적으로 퇴보하고 있지는 않나 하는 느낌마저 갖게 한다. 어수선한 세계정세에 걸맞게 지금 우리나라도 무척 어수선하다.
수출은 7개월 째 연속적으로 감소하였고 이번 9월 달에도 10%나 줄었다. 이는 67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정부는 테러단 지원과 이용호 게이트 사건에만 주력하고 있다. 언론사 세무조사는 종결되지도 않은 채 여전히 계속되고 있으며, 그 와중에서도 대북[對北] 쌀 지원을 놓고 여당과 야당이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정말 심난하기 이를 데 없다.
국민들도 마찬가지이다. 의사, 변호사, 회계사 등 전문직 종사자중 22% 가량이 국민 연금 보험료를 1개월 이상 체납하고 있으며, 3% 가량은 소득이 전혀 없다며 보험료를 내지 않고 있다. 또, 전체 전문직의 4.5%인 1548명은 자신의 소득을 월 100만 원 이하로 신고했다. 얼마 전 필자는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에 관한 기사를 썼다. 소위 엘리트 계층에 속하는 사람들의 도덕성이 이 정도라면 우리나라는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 것일까? 이와 관련해 검찰은 한술 더 뜬다. G&G 그룹 회장 이용호씨 구속 이후 검찰 간부와 법조계 고위 인사들의 비호설이 계속 흘러나오면서 "나는 아니다."라고 손짓을 하거나, "비호세력은 저사람"이라며 몰래 뒤로 손가락질하는 진풍경이 법조계에서 연출되고 있다. 그 누구보다도 깨끗해야 할 법조계에서 이런 일이 발생한다는 사실은 다시 한번 우리나라의 총체적 의식을 느끼게 해주는 대목이다.
세계는 전쟁을 준비 중이다. 전쟁은 발발하면 우리나라 경기는 또 한번 요동을 칠 것이다. 지금 경기는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거기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정치적 이념, 사사로운 감정 따위를 접어두고 한 뜻으로 모여도 시원치 않을 판에 저들은 각자 뿔뿔이 흩어져 있다. 국민들이 기대할 수 있을 정도로 단합하여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이를 이용해 지식과 연줄이 있는 사람들은 탈세와 비리를 자행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우린 달라진 게 없는 것과 같은 느낌이다.
며칠 전 싱가포르 전[煎}총리인 리콴유 선생이 쓴 책을 읽었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은 어리석은 발상이라고 여길지도 모르겠지만 현 세태를 보며 우리나라고 리콴유 총리처럼 책임감 있고 끊임없이 자기 발전을 위해 공부하는 그런 카리스마(leadership)있는 대통령이 나타났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