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14년이란 세월이 지났다.1987년 1월 14일 새벽, 수배를 받고 있던 친구의 소재를 추궁당하다가
물고문을 당해 박종철열사는 그렇게 세상을 떠났다.
대학생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들어봤을 유명한 그 일화, '탁하고 책상을 쳤더니' '억하고 죽더라' ...
결국 구속 되버린 고문경관의 변명은 어쩌면 살인행위 자체보다 우리를 더 슬프게 하는지도 모르겠다.
2001년 2월 26일, 서울대졸업식에서 박종철열사의 명예졸입식이 있었습니다.
졸업생을 위한 의자 맨 앞에는 빈자리가 있었고, 그 자리에는 백합 한 다발이 놓여 있었습니다.
바로 박종철열사의 자리입니다.
옆자리에는 명예졸업장을 받기 위해 아버지 박정기씨(72)가 앉아 있었습니다.
서울대 이기준 총장은 졸업식사에서 "암울했던 시절 조국의 민주화를 위해 산화했던 고 박종철씨에게 뒤늦은 졸업장을 수여하게 됐습니다" 라면서 졸업생들에게 "그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조국의 민주화를 위해 노력하길 바랍니다."라고 당부했습니다. 총장의 말이 이어지는 동안 박씨는 어느새 14년전으로 돌아갔습니다.
폭압의 시대에 '교수가 되겠다’는 꿈이 꺾인 채 차가운 시신으로 돌아온 아들의 뼈를 강물에 뿌리며 몸부림치던 아픔은 아직도 삭지 않은 것입니다. 박씨는 "이 자리에 설 사람은 종철이 혼자만이 되어서는 안된다" 면서 "숨져간 젊은 넋을 기리기 위해서는 더 많은 명예회복 작업이 이뤄져야 할 것" 이라고 말했습니다.
명예졸업장 수여식이 끝난 뒤 박씨는 인문대 앞 양지 바른 곳의 아들 흉상을 찾았습니다.
박씨는 졸업장을 흉상 앞에 펼쳐 놓고 "네 죽음이 과연 헛되진 않았구나" 라며 나지막이 속삭였습니다.
그의 죽음은 곧 6월 항쟁의 대불씨를 일으키고 6.29선언이라는 소중한 역사를 만들었습니다.
"학우여! 파쇼헌법 철폐하여 군부 독재 타도하자,
우리 삼민운동의 승리의 그날까지, 승리의 그날까지 투쟁하라!!"
열사의 목소리가 나지막이 들려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