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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 [사회] 그의 20대 - 박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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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대학교 경상대학 편집부 북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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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같은 밤일을 마친 노동자 시인


눈물 많은 소년


세상 누구도 자신의 동조자가 아닐 때 취할 수 있는 행동의 폭은 좁다. 선택의 여지가 있다면, 적대적인 세상을 무시하거나 저항하며 자신의 길을 가는 방법과 막혀버린 소통을 가슴 아파하며 눈물을 흘리는 편이었다.


열 다섯 살에 서울 구경을 처음 했다. 전라남도 함평에서 1957년에 태어난 박노해는 그때까지 고향을 벗어나 본 적이 없었다. 그가 중학교에 입학할 무렵에 어머니는 돈을 벌기 위해 서울로 갔고, 어머니를 찾아 나선 길이 서울 초행이었다. 서울 구경의 설레임은 곧 사라졌다.


막혀 버린 세상을 보며 눈물을 흘린 건 이때부터였다. 그는 가난한 생활이 싫었고, 가난하게 사는 사람들이 불쌍해서 울 수밖에 없었다. 자신과 가족, 그리고 세상의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동정심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 혼자서 세상을 바꾸기는 힘들었다. 잠시 동안의 관찰로 그는 서울을 알았다. 그와 같이 가난하고 약한 사람에게는 거대한 벽이 되는 도시가 서울이었다. 선린상고 야간에 들어갔다. 먹고살려면 뭐라도 배워야 했다. 기술자가 되기로 한 것이다.



노동자로 살기


그는 기술자, 노동자가 되었다. 기숙사에서 생활하면서 열심히 일을 했다. 남들은 그를 공돌이라고 불렀지만, 그는 어색하지 않게 공돌이인 자신을 받아들였다. 먹고살기 힘들어서 들어간 공장인데, 어쨌든 감지덕지 였다. 열심히 일했다. 하지만 좁은 공장 안은 일을 시작하고 나서 몇 시간 후면 뿌옇게 변했다. 환풍기가 돌지 않아 작업 과정에서 발생한 먼지가 빠지지 않아서였다. 일을 할 수 없는 조건이었다.


환풍기는 돌기 위해 있는 거였다. 그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고, 사장에게 환풍기를 돌리라고 요구했다. 공돌이였던 그가 일을 좀더 잘 하기 위한 요구였다. 하지만 그가 말을 꺼낸 순간에 사장은 그에게 불순 분자라고 했고, 그는 해고되었다.


그는 희한한 세상을 봤다. 노동자가 작은 일에라도 불만을 가지면 불순 분자가 되는 나라였다. 그리고 묵묵히 말 잘 듣고 있으면 알아서 대우해 주는 것이 아니라 더 짓밟는 세상이었다. 파업과 같은 싸움을 해야만 대답이 돌아오는 현실이었다. 동정심 많은 스물 두 살의 노동자였지만, 사장까지 동정할 수는 없었다. 특별한 목적도 사상도 가지고 있지 않았던 자신이 해고당하는 현실을 경험한 그는 '불순 분자'가 되어 가고 있었다. 사장도 인간이고 노동자도 인간이라는 생각이 불순이라면, 그는 불순한 생각을 가진 사람이었다.


"저는 평등이라는 말이 기가 막히게 좋았습니다."


'평등', 똑같이 인간답게 살자. 그가 가진 사상은 이것뿐이었다.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노동 조건을 생각하면 암담하기만 했다. 노동자 박노해는 이 시절부터 시를 쓰기 시작했다.



전쟁 같은 밤일을 마치고 난


새벽 쓰린 가슴 위로


차가운 소주를 붓는다





이러다간 오래 못 가지


이러다간 오래 못 가지 [노동의 새벽]에서....



노동자 생활 근 10년 동안 그가 깨달은 진리는 노동자가 싸워야 조금이라도 바뀐다는 사실이었다. 파업 주동자가 된 그는 이 시절부터 수배자가 되었다. 그의 나이 스물 아홉 살이었다. 상고를 졸업하고 평범한 노동자로 살아갔던 그를 사회가 불순 분자로 내몬 것이었다. 더 이상 취업을 할 수 없었던 그는 비인간적인 노동을 강요하는 사회를 바꾸기 위한 사람이 될 생각을 했다. 지극히 인간적인 생각조차 '불순'으로 몰아붙이는 세상이 한 노동자를 혁명가로 만들고 있었다.



얼굴 없는 시인


1984년에 그는 박노해가 되었다. 버스 운전 기사였던 그는 정확한 내용도 모른 채 막연히 바라던 '노동 해방'을 자신의 이름으로 정했다. 그의 이름은 그 순간부터 박기평이 아니라 박노해가 되었다.


시집으로서는 드물게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사람들은 너무나 생생해서 섬뜩한 전율을 느끼게 하는 [노동의 새벽]을 보면서 노동자라는 직업을 가진 이방인을 생각했다. 세인의 머리 속에 생산직 노동자는 공돌이이거나 근로자였지 사람은 아니었다.


시인이기 이전에 노동자였던 박노해는 자본주의 국가에서 노동자가 어떤 삶을 강요받는지를 정확하게 알았다. 조금이라도 소리를 높일라치면 그에게 다가왔던 위협이 있었고, 모일라치면 불순 분자로 몰리는 현실을 그는 경험했다. 80년대를 노동자로 살았던, 그래서 한국 사회의 밑바닥을 정확하게 볼 수 있었던 그는 노동자의 해방, 인간 해방을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글 하나를 읽은 후, 혁명가가 되기로 했다.


1986년 구로 노동자들의 투쟁 장소에서 박노해는 복사된 레닌의 글 [무엇을 할 것인가]를 주웠고 집에 돌아와서 꼼꼼히 읽었다. 그리고 동료 노동자들이 죽어 가는 노동 현실과 그런 현실을 재생산하는 사회를 바꿔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모든 사람이 인간답게 사는 세상, 사회주의 사회를 만들기 위한 삶을 살기로 한 것이다.


서울대학교 학도호국단장 출신의 백태웅과 함께 <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사노맹)>을 만들었다. 그의 나이 서른 세 살, 1989년이었다. 그러나 노동자라는 말도 사회주의라는 말도 금기시하는 세상에서 그는 얼굴을 드러낼 수 없었다. 수배가 된 스물 아홉 살부터 <사노맹>사건으로 검거된 서른 다섯 살까지 6년간을 그는 얼굴 없는 시인, 얼굴 없는 혁명가로 살았다. 지금은 그의 얼굴을 볼 수 있다. 이미 알려진 사진을 통해서다. 그러나 '국가 반란을 꾀한' <사노맹>의 중앙 위원 박노해는 여전히 갇혀 있다. 노동자였던 그를 노동자이게 놔두지 않았던 세상은 감옥에 있는 그를 어디로 이끌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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